봄은 봄이되 아직 봄갖지 않은 봄이다.(春來不似春) > 회원칼럼

본문 바로가기

자료실

회원칼럼

자료실 > 회원칼럼

회원칼럼 목록

봄은 봄이되 아직 봄갖지 않은 봄이다.(春來不似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48 조회1,808회 댓글0건

본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일요일에 고교동창들과 포천의 백운산에 다녀왔다. 비가 줄기차게 내렸지만 봄바람 때문인가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제법 높은 산 정상이나 비탈을 오를 때에 몰아치는 비바람에 한기가 느껴졌으나 비옷과 땀 덕분에 그냥 내려가자는 사람은 없었다. 시산제를 올릴 때는 빗발이 약해져 천지신명과 산신께 이땅과 겨레에게 희망의 봄이 오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내려오는 길에 멀리 쳐다본 서울쪽은 빗발과 안개로 시야가 희쁘연해 보이지 않았다. 겹겹이 둘러친 산자락이 앞길을 막고 있었다. 산의 기운은 강했다. 하지만 앞길이 잘 보이지 않는 백운산의 형세다. 이 백운산의 산세가 요즘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이 처한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수십년 피땀으로 만들어온 응축된 에너지가 갈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백만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달려올만큼 국민들의 에너지는 넘쳐난다. 아직도 국민들은 뛸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턱밑까지 치고온 중국의 힘이 이제 우리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앞길을 잘 열어나가지 않으면 나라와 겨레의 장래를 장담할 수 없다. 국민들이 뛰기만 한다고 되는게 아니다. 올바른 전략과 하나됨이 절실하다. 나라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국민의 뜻으로 새정권이 등장해 국정을 맡았으니 힘있게 당면한 과제들을 풀어나가야하는데 인수위파동과 고소영내각, 공천파동이 이어지면서 봄날의 화창한 희망은 사라지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어쩌려고 이러는가?





그런데 자칭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네편 내편 가르며 싸움질하느라 정신이 없다. 일자리 없는 사람들이 3백만을 넘고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IMF때보다 많아지고 있는데, 표가 아쉬울 때마다 현실적인 해법은 내놓지 않은 채 여야간 민생타령만 한다. 참으로 염치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산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서도 전화가 수시로 온다. 평소에 연락도 없던 사람들이 선거를 도와 달라는 전화다.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이다. 저 탐욕과 위선, 국민을 속이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이 한자리 차지하려고 선후배도 동지도 친구도 안면몰수하고 험악하게 치고받는 난장판을 모조리 불살라 버리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경쟁하는 그런 자리는 없을까? 그건 분명 공상이다. 4년마다 치러지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판을 더럽히는 오염원을 차단하고 제대로 된 인물을 내보내야 하는데 그 길목을 지키는 여야정치판의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그걸 내놓을리 없다.





결국 국민이 깨어나는 수밖에 없고 나라에 중심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참에 발을 헛디뎠다. 나무뿌리에 걸렸던 것이다. 쓴 웃음이 나왔다. 백운산 자락에 와서도 나라걱정을 하고 있으니 나무뿌리가 나를 보라고 말하는 것 같았던 것이다. 주변을 찬찬히 보니 봄내에 젖은 나무들, 산수유나무도 생강나무도 있었다. 아직 봄기운을 받기에는 이른듯 나무들은 흠뻑 비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온난화 때문에 4월 5일은 나무를 심기에 너무 늦다고 해서 3월 하순에 나무를 심어야 잘 자란다고 하는데 백운산 자락은 아직 아니었다. 옷을 털면서 산 밑으로 내려오자 유서깊은 산사가 눈에 띄었다. 흥룡사였다. 절에 좀처럼 붙이지 않는 이름을 지은 것으로 보면 내력이 있겠다 싶어 안내판을 읽어봤다. 역시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량이었다. 백운산의 강한 기운이 응집된 이곳에 수도처를 잡고 백성을 구제할 용(龍)이 태어나길 기도한 것일까?





고려시대에는 700간이 넘는 큰 절이었는데, 억불정책을 쓰던 조선조에 와서 3~400간으로 축소됐다가 6.25때 소실되어 지금은 대웅전과 몇간의 건물이 전부였다. 비가 와서인지 관광차량으로 붐비던 주차장에는 몇 대 버스가 덩그런히 서있었다. 진달래에 맺힌 방울로 봐서 보름 정도 지나야 꽃이 필 것이고, 그때가야 새순도 돋아나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릴 것 같았다.


봄은 봄이되 아직 봄갖지 않은 봄이다.(春來不似春)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단법인 71동지회 | 대표자 : 김재홍 | 사업자번호 : | Tel : 02-730-4123 | Fax : 02-974-0071 | 주소 : 서울 노원구 중계3동 514-3번지 | E-mail : asp71@asp71.com
Copyright © 사단법인 71동지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