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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원숭이와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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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1 조회1,7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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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2008년 무안문화원에서 발간한 작품집 <무안 수필 시선>에 발표한 수필 4편중 한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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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노인


 임춘식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원숭이와 노인


 며칠 전 한 노인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나갔다가 우연히 들은 이야기들이 오늘따라 문득 생각이 난다.


“노인 혼자만 남겨 두고 자식 손주들만 피서를 떠나면서 위험하다고 가스도 끊고 갔다.” “노인은 개, 고양이와 함께 3등 가족이다.”, “평소 좋은 옷은 못 얻어 입는다.”, “노인은 살아 있는 시체다.”, “일찍 유산을 나누어 주었더니 재산 잃고 자식까지 잃어버렸다.”, “효자보다 악처가 낫다”


노인들이 가족들에게는 말 할 수 없었던 평소의 불만과 서러움을 털어놓고 쌓였던 울분을 삭히느라 가뜩이나 냉방이 안 된 실내가 열탕이 되었던 자리였다. 하기야 노인들의 이야기만 듣다보면 자식들은 온통 죄인이고 못난 것 같기도 하여, 그것은 아무래도 공정한 이야기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그러면서도 그 중에는 틀림없이 못된 자식들도 있을 것이고 설사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를 잘 공경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오늘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노인문제의 핵심은 단순이 자식들이 부모 모시는 것을 잘 모르거나 잘 모시지 못해서가 아니라, 고령화 되어 가고 있는데도 사회 속에서 사회 전반이 그러한 과도기적 변화에 잘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말하기를 오늘의 논인들은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아니 자신으로부터도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고들 하고 있으나 그들이 어디까지 쫓기며 살아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노릇이다. 노인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노부모가 계시든 안 계시든 자신들의 노년기를 코앞에 둔 중 장년기의 사람들도 오늘의 노인문제가 그들 자신의 문제로 닥칠 것을 예감하면서 벌써부터 나이 어린 자식세대와 노인 웃세대 사이에서 양쪽 눈치를 보느라 샌드위치가 되어가는 느낌을 쉽게 느끼면서 살고 있다.


본래 사람과 소, 개 그리고 원숭이는 조물주로부터 동일한 30년의 수명을 부여받았다 는 우화가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사람만은 30년 수명이 짧다고 불만스러워 더 살기를 바랬고 다른 동물들은 30년이 너무 길고 고통스러워 그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항의 햐여 소는 18년, 개는 12년, 원숭이는 10년을 내 놓았다. 소와 개 그리고 원숭이가 반납한 40년을 사람한테 특별 보너스 격으로 주어 결국 사람만 70년의 수명을 갖게 되었다. 이 우화는 산업혁명 이후 오늘의 사회상고가 생활을 풍자한 것으로 산업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노화과정에 수반되는 갖가지 사회생활과 노후생활을 실감나게 묘사해 주고 있다. 그래서 고대로부터 인간사를 칠십 고래회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사실상 인간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본래의 30세까지는 영유아기와 청소년기로 부모의 수하에서 보호를 받고 사는 인간 본래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나 그 후 18년(31세~48세) 동안은 부모의 곁을 떠나 청년기로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소와 같은 생활, 또 12년(49~60세) 동안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는 장년기로 흔히 개 팔자로 표하고 있는 개와 같은 생활, 그리고 10년(61~70세) 동안은 동물원에서 뭇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 원숭이와 같은 생활을 하다 죽게 된다.


따라서 정말 오늘의 노인들이 원숭이 같이 주위에서 놀림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지 내 나이로서는 아직 모르고 있지만 미지의 내 모습은 아닌지 자못 마음이 불안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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