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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서울에 간 종대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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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2 조회1,7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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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사항 : 2008년 무안문화원에서 발간한 작품집 <무안 수필 시선>에 발표한 수필 4편중 한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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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간 종대 형


 임춘식 한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에 간 종대 형


 우리 집안의 종대 형은 이미 6순을 넘겼다. 외소한 몸이지만 한 평생 고향에서 농사를 잘 지으며 잘 살 있어 아마도 능히 100살 까지는 당연히 장수할 거란 생각이 문득 든다.


세상이 바뀌어도 고향은 늘 그립고 향기롭다. 어린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탓 때문인지 몰라도 유독 시골 향수에 자주 빠지곤 한다.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 용호동에서 태어났다기 때문일까..


내가 목포에 있는 유달중에 입학하자마자 유중을 졸업한 아랫집 종대 형은 서울로 돈 벌러 나갔다. 평소에 공부도 무척 잘 했던 형이었지만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상경한 것이다. 공부를 너무나 잘 해서 서울로 돈 벌러 갔기 때문에 우리들의 우상이었다.


60년대 중반, 농촌 환경은 아름답고도 처연했다. 우리가 성장했던 어린 시절은 가난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속칭 찢어지게 배가 곱은 시절이었다. 요새 TV에서 보는 굶주리는 북한 동포들의 실상과 마찬가지였다. 


초등학교 시절 석유 등잔불도 마음대로 켤 수도 없었다. 석유가 부족해 동네의 큰 방에 밤마다 모여 등잔불 밑에서 4-5명이 둘러 앉아 공부했던 기억이 새롭다. 속칭 동네 공부방이었다. 공부방 우두머리는 당연히 종대 형이었다. 3년 선배밖에 되지 않았던 형이었지만 유일하게 중학교를 다녔기에 우리들의 야학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그렇지만 석유가 없다며 등잔 불 그만 끄라는 할머니의 성화를 무시하면서 몰래 몰래 불을 켜도 겨우 10시를 넘기는 경우도 흔하지 않았다. 등잔불마저 자유스럽게 켤 수도 없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요즘 애들은 너무나 행복한 거다.


그런데 어느날 등잔불 공부방 CEO 종대 형이 기약도 없이 서울로 떠나 버렸다. 나도 종대형 따라 서울 가겠다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하기야 우리 마을이 30호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에 갔다 온 사람은 겨우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으니 어린 동심들은 어찌 환몽에 빠지지 않았겠는가.


당시에는 동네 형들이 서울에 다녀왔다고 하면 진짜냐고 되묻기도 했고, 대명절이 되면 서울에서 온 형들 집에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모여 앉자 서울 이야기를 열심히 듣곤 했다. 사진도 보여 주면서 종대 형은 대통령이나 된 듯이 으스대기도 했다. 꼬부진 혀로 서울말을 할 때는 우리는 박수치며 흉내를 내기도 했다. 잠시 꿈속의 서울 사람이 된 것이다. 어릴 때는 말은 약간식 더듬거렸던 형이었지만 제일 구성지게 서울 이야기를 잘 해 주었다.


대명절만 되면 서울 간 형들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우리의 동심은 아니 앞산 뒷산이 고개를 빼고 형들을 기다렸다. 추석에는 달빛을 밟으면서, 설날에는 썰매를 타며 시골길을 누비고 다녔다. 명절이 되어야 만이 겨우 종대 형을 만날 있었기 때문에 형은 곧 추석이었고 설날이었다.


이제 고향은 불편한 곳이고 지루한 곳이 되어 버렸다. 명절이 되면 교통대란 때문에 감히 고향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이제 사람들은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명절이 되어도 고향을 찾지 않는다. 고향은 번거로운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서울 갔던 종대 형은 고향에서 한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그는 60을 훨씬 넘긴 할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서울에서 줄 곧 생활하고 있는 나는 늘 종대 형을 그리워 하는 사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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