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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과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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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2 조회1,8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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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과 영어


 설연휴에 세배 온 사람들과 나눈 얘기 가운데 영어교육 얘기가 가장 많았다. 젊은 친구들이 주로 세배 온 탓도 있지만 인수위측이 내놓은 영어강화론에 대한 다양한 의견 때문이었다. 전반적인 기류는 그렇지 않아도 자꾸 늘어나는 사교육비 때문에 힘든데 큰일났다는 걱정이 앞섰다. 


최근에 한국지도층에서 영어가 경쟁력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말을 듣다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필리핀은 영어가 공용화된 지 오래된 나라인데 경쟁력은커녕 변변한 물건 하나 만들어내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해있지 않은가. 그걸 애써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일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식 영어발음을 하고 있는데도 세계 일류국가가 돼있는데 그걸 잊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MB정부가 영어가 경쟁력이라고 선언한 기세로 봐서 한국의 영어교육은 모든 교육과정에서 최우선적인 목표가 될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의 영어교육을 비롯해 어학교육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법과 독해 중심의 교육과 시험을 치러온 세대가 미국인들을 만나 입이 굳어지는 현실은 확실히 엄청난 투자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졌다. 일본식 영어 및 어학교육을 답습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용회화 중심으로 영어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있다. 비단, 영어교육만 문제였던 것은 아니다. 독어, 프랑스어, 중국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교육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문제는 영어교육강화가 영어공용화로 가려는 정책의도를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고, 그 수단과 방법이 탁상공론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감에서다.


인수위측이 추진하려는 영어공교육강화는 영어회화전담교사 2~3만 명을 채용해 영어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교사로서 갖춰야 될 여러 가지 요소를 빼버린 채 영어회화, 그것도 미국식 회화능력만 갖추면 채용해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원어민교사를 채용해 영어교육한다는 영어마을이 완전히 실패작이라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원어민교사는커녕 동구권 출신까지 마구잡이로 끌어왔지만 유지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현재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식 발음과 영국식 발음 등 다양한 발음표준을 무엇을 기준으로 할 것이며, 영어발음과 한국의 표기법과의 차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숱한 논란거리를 공론화 과정도 없이 국가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저돌성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는 그 배경이 있다. 현재 한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집단은 미국 유학파들이다. 이들은 대학교수, 정부의 고위공직자, 정치권, 경제계 할 것 없이 사회 각계에 포진하여 미국식 모델을 최고, 최선의 기준으로 삼는다. IMF 이전까지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하던 이들이 세계화를 구실로 아주 공공연히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미국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조기 유학과 외고입학 열풍, 전공과 관계없이 해외어학연수 필수코스화, 기러기 아빠 현상을 부추기고 그렇게 따라하지 않으면 마치 낙오자가 될 것처럼 사회흐름을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또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자본의 필요와 글로벌 아웃소싱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해야 할 한국 대기업의 수요, 이익추구방식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이나 문화, 역사와 정체성 의식을 낡고 뒤떨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미국식 문화를 모방하기에 바쁘다.


필자는 W.H.O 총회 때 한국대표로 나가 영어연설을 하면서 중국대표가 자국어로 연설하는 처지와 비교하여 심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국제회의의 공용어는 인구 2억 이상이 사용하는 7개 언어이다. 세계적으로 우수성이 입증돼 한국을 상징하는 언어로 부각되고 있는 한글에 대해서 국가차원의 정책이 실종된 현실을 보면서 유교에 빠져들었던 조선의 사대부들이 한문의 노예가 되고 끝내 사대주의자의 한계를 벗어던지지 못했던 비극적인 우리 역사를 되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어학교육 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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