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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녀 응원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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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3 조회1,7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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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녀 응원을 보며


 이원섭 경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부산 아시아경기대회에 나온 북한 선수들보다 응원하러 온 ‘꽃미녀 응원단’이 더 화제다. 하나같이 예쁘다느니, 성형수술을 하지 않은 ‘천연 미인’이라느니 하며 호들갑을 떤다. 활달하고 현란한 응원 율동, 재치있는 말솜씨까지 곁들여 톡톡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고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는 천박함을 탓하는 소리도 있고, 이런 속물 근성을 겨냥해 미모의 여성만 뽑아 보낸 북쪽의 ‘속셈’을 싸잡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이런 ‘우호적’ 분위기 덕분에 애초 우려했던 걱정들, 혹시 응원단끼리 충돌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던 염려가 부질없는 군걱정이었음을 증명한 것이다. 속 보이는 짓이지만 북쪽의 애교섞인 ‘미인계’를 웃으며 반길 용의가 그래서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어울리게 되고, 경기장마다 남북 공동 응원도 자연스레 펼쳐진다. 남북이 속없이 가까워지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사람들로선 배아픈 사태 진전일 것이다. 북쪽의 간계를 간파하기는커녕 맥없이 풀어져 웃는 모습들에 심기가 편치 않을 터이다. 


남북이 자주 만나면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이해 폭이 커지면 상대의 처지를 헤아려 역지사지하는 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념의 벽을 넘어 가장 인간적이고 질박한 모습이 잘 드러나는 스포츠 교류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삽 들고 다가서는 군인들 



 남북의 변화 모습은 비단 부산 경기장에서뿐 아니다.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비무장지대에서의 지뢰 제거작업이야말로 엄청난 변화의 상징이다.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양쪽 군대가 핫라인을 설치하고 매일 통화하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뚫고 길이 나며, 양쪽 군대가 총칼이 아니라 삽과 곡괭이를 들고 다가서는 모습을 전에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 일인가 


 물론, 남북의 군사적 대치관계를 단선적으로만 봐선 안 된다. 언제라도 명령 한마디에 격돌상태로 치달을 수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서해교전 때 그 위험성과 구조적 취약성이 잘 드러났다.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야 한다. 엊그제 평양을 방문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워싱턴으로 돌아간 제임스 켈리 미국 대통령 특사의 보따리에 담긴 내용과 북한과 미국의 대화 지속 여부 등을 주시하는 까닭도 그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미국의 대북정책과 맞물려 있다. 


북한이 ‘7.1 경제관리 개선조처’에 이어 신의주 행정특구 계획을 발표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개혁·개방에 나서는 것은 오랜 준비 끝에 드디어 주사위가 던져졌음을 뜻한다. 북-일 정상회담도 여간 큰 결단이 아니다.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진행되는 북한의 변화가 성공을 거두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북한의 실험이 실패하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부담이 된다. 



투명함이 도덕성 훼손 막아 



 이런 마당에 난데없이 불거진 ‘대북 비밀지원설’ 논란은 정부의 대북 화해정책을 지지해온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2년 여전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대출한 거액이 ‘왕자의 난’으로 표류하던 현대그룹 내부에서 부당하게 전용됐는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뒷돈으로 북한에 건네졌는지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대북지원이나 접촉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흔들리면 도덕성이 타격을 받고 입방아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정부가 엉거주춤하는 사이에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막연히 아니라고 부인할 게 아니라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점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부분은 이해를 구해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북 평화공존을 달가와하지 않는 세력들이 물고늘어질 빌미를 줘선 안 된다. 그리해야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의혹을 부풀려놓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폭로나, 북한에 대한 정당한 지원까지 싸잡아 비난하며 민족 화합 노력에 흠집을 내는 정략적 태도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편집자주: 이원섭 교수가 한겨례 신문 논설실장직에 있을때 작성한 사설임w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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