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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사는 세상에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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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3 조회1,7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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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는 세상에 살면서...



고재득

 당시 전남대학교 법학 4년

 현재 서울 성동구청장


 매주 월요일은 대중교통이용의 날이어서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길 붐비는 작은 버스 안에서 나는 항시 삶의 내음과 더불어 살아 움직이는 생동감을 느껴보곤한다.


상념에 젖어서 차장 밖을 응시하는 선량한 눈빛들, 그 순박한 눈매를 보고 있노라면 내 자신은 어떤 눈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추슬러 보게 되고 이 나라 이 시대에서 그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는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발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운 혼잡한 마을버스가 좁은 곡선로를 돌아 나아갈 때면 사람들은 밀리면서 서로 밟고 부딪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있어 그런 대로 정겹다.


종점을 향해 달리는 버스를 우리네 인생에 비유해 보자면 산다는 것은 일종의 연료를 소비해가는 과정이고, 승객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운명체이며,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향해 함께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내 나이도 세월이 시속 50km로 달린다는 50대 하고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운좋게 70이 넘게 천수를 다한다 해도 남은 시간들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잔고가 남지 않는 통장’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지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얼마를 남겼는지 간에 자정이면 잔고가 0이 되는 것을 뜻한다.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매일 맞이하는 하루는 참으로 소중하고 매순간은 더욱더 소중한 것이다.

주어지는 시간을 다 쓰지 못하면 그 손해와 책임이 내게 있는 것이고 남은 인생을 소중하고 보람 있게 채워가지 못한다면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생각하며 ‘지금’의 이 순간을 너무 많이 놓치고, 열망하는 미래를 살고자 수많은 ‘지금’을 망치곤 한다.


과거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으며 미래는 바램일 뿐이다.


인터넷 동아리 중에서 ‘유서를 쓰는 모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죽음이 언제 다가올지 알 수 없는 일이고 그 많은 사고와 질병들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에게 찾아올지는 신(神) 만이 아실 일이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은 결코 달리 있지 않다.


유서라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보여주는 문건이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해 보고 남기고 싶은 말들을 적어 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유서를 쓰는 진정한 의도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리고 살면서 인연을 맺었던 모든 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남길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죽음이 언제 어떤 형태로 찾아올지라도 선뜻 털고 일어나 산책 나가듯 미련없이 따라 나설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이제부터 남은 시간에 대한‘생의 백서’를 정성껏 그리고 소신껏 메워가야 할 일 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모와 인연을 맺고 사회생활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상관관계를 만들어 간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한 사람이 평생을 지내며 한 번쯤 안면을 트고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사람은 약 7,000여 명 내외라고 한다.


언뜻 듣기에는 아주 많은 인연인 듯 하지만 또 어찌 보면 아주 작은 터두리 안에서 얽히고 설키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삶이란 다가오는 일상에 대해 끊임없이 적응하고 또 선택해 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어떤 공부 혹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까? 배우자는 어떤 사람을 택할 것인가? 이런 경우에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등등 크고 작은 수많은 서낵의 판단은 대부분 자신이 체득하고 있는 가치관에 의해 결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을 빌려 자신을 보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눈으로 나를 발견하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피동적인 삶을 의미한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을 무시하고 살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성취하기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가는것!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가치있게 만들고 앞으로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 앞에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의연한 삶의 자세를 만들어 줄 것 같다.


‘인생은 노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가슴 뛰게 노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무엇이 잘못 되었는가?’


노는 사람 앞에서 잘못된 일은 하나도 없다.

- 허허당 스님의 인생론 중에서


[출처] 71동지회편, "나의 청춘 나의 조국", 71동지회 30년 기념문집, 서울: 나남출판, 2001, pp. 273~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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