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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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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11 12:54 조회2,28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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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김창수


 당시 영남대 재학

 현재 주 에티오피아 대사


 어느 랍비가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있었다. 랍비가 뱃사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철학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소?”


 “아닙니다. 들은 적도 없습니다.” 랍비가 말했다.


“당신의 인생은 사분의 일이 헛되이 흘러갔구려. 그렇다면 지질학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알고 있소?”


 “아니오, 모릅니다.”


뱃사공이 대답했다.


“그럼, 당신 인생의 절반이 헛되이 흘러 가버렸군.”


랍비가 잘난 체하면서 다시 말했다. 그러던 중 배는 격심한 풍랑을 만났다. 그리고 전복되고 말았다. 뱃사공이 물었다.


“당신은 헤엄칠 줄 아십니까?”


 “아니오, 전혀 모르오.”


랍비는 필사적으로 배에 매달리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뱃사공이 말했다.


“그럼, 당신의 전 인생이 끝나 버렸군요.”


탈무드에 나오는 이 우화는 랍비에 대한 풍자를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들은 인생을 가장 보람되고 지혜롭게 산다고 생각하며 각자 열심히 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인생에서 때로 하잘 것 없는 것을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리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경험하고 있는가. 그러면서도 이를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 또한 많지 않은가.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들은 더욱 똑똑해지고 지식이 풍부해졌으며 물질적으로도 더욱 부유해졌지만, 그런 만큼 상대적인 빈곤과 상실감으로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수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물질적인 삶의 질 또한 더욱 풍요로워 지고 여유가 많아졌지만, 막상 우리들의 내면세계가 더 부유해졌거나 지혜가 더 발달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정신이나 영적인 세계는 점점 고갈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성경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하면서 우리들에게 자유로움을 누리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우리들의 삶은 점점 자유로움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는 인생의 참 가치를 알고 있고 진리가 무엇인지를 부녈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왜 자유로음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나날의 삶을 통해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끊임없이 하소연하면서 이를 해서하기 위한 근원적인 대책을 모색하지 않고, 왜 일시적인 방편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하는 것일까? 우리는 진리와 참다운 지혜를 안다고 자신하면서 기실은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안다고 자신하면서 기실은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는 안다고 하여도 깊이 알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아는 것에 그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행함이 없는 앎은 참다운 앎이 아니라는 양명학의 주장이나,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는 성경의 가르침같이, 안다고 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데에 필요한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참다운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우리는 일상사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끝없이 스스로를 혹사함으로서, 수많은 걱정에 둘러싸여 마음이 초조한 가운데 지내고 있다. 욕심과 주변에 대한 의심으로 분노하고, 시기와 다툼, 원망 등에 사로잡혀 인생을 낭비하면서 기실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에서 비롯되는 마음의 여유와 평안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웃에 대한 이해와 사랑조차 베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성숙한 인생을 살기는커녕, 혼란과 무질서 및 고통 가운데 살면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일부의 사례에 지나지 않겠지만, 비리로 인해 지탄받는 공무원들의 얘기를 들을 따마다 매우 안타깝다. 더욱이 이로 인해 공직사회 전체가 매도되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나름대로 목민심서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어려운 여건 하에서 성실히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공무원들로서는 맥빠지는 노릇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참다운 명예를 긍지로 삼는 공직사회의 위신이 왜 이렇게 실추되고 있는가! 이는 공무원 이전에 인간으로서 바로 서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화에서 볼 수 있는 랍비와 같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는 채, 철학과 지질학이라는 이름의 출세와 부귀에 몰두하기 때문은 아닌가. 그리하여 있어야 할 곳에 있지 못하고, 정작 있지 말아야 할 곳에 있었던 때문은 아니었던가. 그리고 침묵해야 할 때와 발언해야 할 때와 발언래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한 경망함과, 당당해야 할 때에 그렇지 못한 비겁함 때문은 아니었는가. 


어느 시대이고 부정부패는 있었다고 하지만 개혁에 앞장서야 할 공직자들이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고만 기막힌 아이러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어지러운 세태 가운데서도 나라를 버텨주는 근간이 되어야 할 공직사회가 오히려 시류에 뇌동하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원흉이 되어서야 말이나 될 것인가. 권문세가에 아부하지 않고, 가난에도 굴하지 않은 채 오로지 참다움을 추구하면서 의연했던 딸깍발이의 기개가 이제는 한갓 전설이 되고 있는 것인가. 빈한한 여건 가운데서도 不患無位요 患所以立하며 不患莫己知요 求爲可知也 (높은 보직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보직에 합당한 실력이 없음을 걱정하며,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려질 수 있는 실력을 기르도록 노력해야 하느니라)라 하면서 자유로움을 누렸던 그들의 정신세계가 이제는 시대착오적인 것에 그치고 마는 것인가.


아프리카의 국가들은 극히 일부를 제이하고는 무척 가난하다. 그들은 가난의 원인을 서구의 식민지배에 따른 수탈이나 세계화의 추진에 따른 발전과 부의 편재 등 외적인 요인에 돌리고 있다. 물론 이들의 지적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명감에 충실한 참다운 지도자와 공직자들의 부재에 있다고 하겠다. 이들 국가들이야말로 공직자들이 바로 서지 않는다면 장래 희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것이다. 해외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머나 먼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우리나라를 바라보노라면 새삼 조국이 중요해지고 자랑스러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리고 조국의 안녕과 발전을 간구하며 늘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아프리카의 현실을 직시하는 만큼 더욱 더, 기회주의적이고 책임 회피적인 성향이 만연되어 가는 우리 공직사회에 참으로 기개있는 공직자를 그리워하게 된다. 명예를 소중히 하는 공직자로서의 고귀한 의무(Noblesse Oblige)를 다할 줄 아는 그러한 공직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세상이 속히 오기를 고대해 본다.


 [출처] 71동지회편, 나의 청춘 나의 조국, 71동지회 30년 기념문집, 서울: 나남출판, 2001, pp. 288~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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